ABOUT IHEE LAB

화학 반응에 대한 이해란 반응에 개입하는 반응물, 중간체, 그리고 생성물의 구조와 성질을 이해하고, 그들 사이의 동역학을 파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학 반응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반응 경로를 설정하고, 반응 조건을 조절하여 보다 높은 수율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화학이라는 학문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화학 반응의 연구에 있어 가장 어려운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반응 중간체의 연구”입니다. 반응 중간체는 반응물과 생성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명이 매우 짧기 때문에, 그 구조와 성질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반응 중간체 연구는 화학 반응 연구 중에서도 특히 도전적인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이와 같은 반응 중간체의 성질을 규명하는 연구에 큰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반응 중간체의 분자 구조와 반응의 동역학을 동시에 연구하는 “구조 동역학 (structural dynamics)” 분야의 연구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 왔다고 자부합니다. 용액상 시간 분해 엑스선 회절 기법, 초고속 전자 회절, 시간 분해 엑스선 결정학, 그리고 시간 분해 분광학 등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하여 화학 반응에 수반되는 반응 중간체를 포착하고 그 성질을 규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용액상 시간 분해 엑스선 회절 기법에 있어 우리 연구실은 해당 연구분야를 세계적으로 선도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용액상 분자의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하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녹아 있는 간단한 유기분자의 구조 변화를 실시간 측정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하였으며, 이를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Science誌에 발표하였습니다 (2005년). 이 결과는 용액상에서 분자의 움직임을 실시간 추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화학결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의 분자구조동역학을 관측하는데 성공하여 또 한 번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하였으며, 이를 Nature誌에 발표하였습니다 (2015년). 두 개의 분자가 만나 결합이 생성되는 “이분자 반응”을 포착하고, 이 과정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이 학술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최근에는 분자 내 화학결합이 형성될 때에 분자를 이루는 원자들의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여 소위 화학계의 홀리 그래일(Holy Grail)을 발견하였고, 이 성과를 Nature誌에 발표하였습니다 (2020년). 화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근본이 되는 현상 중 하나인 “화학 결합이 형성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하여 이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분석 기술 및 기법의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후속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성질화 반응의 주요 메커니즘으로 제시된 "로밍"을 보이는 직접적인 분자 움직임을 관찰하고, 분자의 이성질화 및 해리 반응의 메커니즘을 명확히 밝히는 데 성공하여 이를 Nature Communications誌에 발표하였습니다 (2021년). 또한 원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밝히는 연구에서 더 나아가 용액상 분자의 전하 분포를 실험적으로 밝혀내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용액 내 용질 분자의 전하 분포에 따라 주변 용매 분자의 배열이 달라지면서 얻어지는 엑스선 회절 신호의 변화를 다양한 이론적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하여 정밀하게 분석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 결과, 분자의 음전하가 각 원자에 얼마나 분포되어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밝히는데 성공하였고, 이 연구 성과를 Nature Communications誌에 발표하였습니다 (2022년).

우리 연구실은 용액상 시간 분해 엑스선 회절 기법을 더욱 발전시켜 앞서 설명한 작은 분자들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같은 생물학적 거대 분자의 반응동역학을 규명하는 데에도 적용하였습니다. 단백질의 기능은 단백질의 삼차원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단백질의 구조 및 반응 중인 단백질이 어떤 구조 변화를 겪는지를 알아냄으로써 다양한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용액상 단백질의 엑스선 회절 신호가 단백질의 삼차 및 사차 구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바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반응 시간 경과에 따른 엑스선 회절 신호를 분석하여 단백질 반응의 키네틱스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음을 밝혀 이 성과를 Nature Methods誌에 발표하였습니다 (2008년). 이후에는 엑스선 회절 신호로부터 단백질 반응 중간체의 구체적인 구조 특성을 추출하는 다양한 실험적, 분석적 방법을 개발하였습니다. 그 결과, 엑스선 회절 실험 데이터를 이용하여 단백질의 모양을 알아내고, 헬릭스의 위치와 배향을 구체적으로 알아내는 등 용액상 시간 분해 엑스선 회절 기법을 통해 단백질 구조동역학 연구를 수행하여 Journal of American Chemical Society誌, Accounts of Chemical Research誌 등에 연구 성과를 발표하였습니다 (2012년, 2015년). 최근에는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에서 얻어지는 펨토초 엑스선 펄스를 이용하여 펨토초 수준의 단백질 극초단 구조동역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레이저 펄스에 의해 리간드가 떨어진 이후 일어나는 단백질의 지진 현상(protein quake)을 관측하였고,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구체적인 단백질 구조 변화를 밝혀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또한, 단백질 수화 껍질 내의 전자 밀도의 변화까지도 밝혀내었고, 이 연구 성과를 Nature Communications誌에 발표하였습니다 (2021년). 또 다른 예시로 박테리아 파이토크롬 단백질의 구조 동역학을 시간 분해 엑스선 회절법을 이용해 연구하였습니다. 이 단백질의 광반응 중 일어나는 구조 변화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앙상블 모델링 기법을 활용하여 박테리아 파이토크롬의 적외선에 의한 광활성 구조동역학을 밝히는데 성공하였고, 이 연구 성과를 Science Advances誌에 발표하였습니다 (2022년).

이러한 성과들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최근 운영되기 시작한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활용하여 반응의 중간체뿐만 아니라, 화학 반응이 시작하여 중간체가 형성되기까지의 굉장히 짧은 순간조차 포착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 연구실은 용액상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의 그 시작으로부터 반응 중간체, 그리고 생성물의 형성까지 이어지는 모든 순간들을 마치 동영상처럼 기록함으로써 그 메커니즘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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